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천창이 열리고, 설정된 온도에 따라 난방기가 작동하며, 스마트폰으로 온실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스마트팜의 핵심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작물이 처한 환경을 수치로 파악하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생육에 적합한 조건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시설원예에서 자주 확인하는 대표적인 환경 데이터는 온도와 상대습도입니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를 각각 따로 보는 것만으로는 작물이 실제로 얼마나 강한 증산 압력을 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VPD, 즉 수증기압포차입니다.
VPD를 이해하면 스마트팜 환경제어를 단순한 온도 관리에서 작물 생리 중심의 환경 관리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VPD란 무엇인가
VPD는 Vapor Pressure Deficit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수증기압포차라고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현재 공기가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증기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공기가 건조할수록 일반적으로 VPD는 높아지고, 공기가 습할수록 VPD는 낮아집니다.
하지만 VPD는 상대습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상대습도라도 온도가 달라지면 VPD 값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상대습도가 동일한 상태에서 온실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이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식물의 잎과 주변 공기 사이의 수증기압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식물의 증산과 직접 연결됩니다.
식물은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대기로 방출합니다. 동시에 뿌리에서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고, 잎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광합성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VPD는 단순한 습도 지표가 아니라 식물의 수분 이동, 증산, 기공 반응과 연결되는 환경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온도와 상대습도만 관리하면 부족한 이유
기존 온실 관리에서는 “온도 25℃, 상대습도 70%”처럼 온도와 습도를 각각 목표값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식물이 온도와 습도를 서로 독립된 요소로 경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온도가 상승하면 포화수증기압이 증가합니다. 상대습도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작물이 느끼는 증산 요구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습도가 지나치게 높아 VPD가 매우 낮아지면 증산이 감소하고 뿌리에서 잎으로 이동하는 물과 양분의 흐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VPD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에는 잎에서 수분 손실이 증가합니다. 식물은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기공을 닫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기공이 닫히면 이산화탄소의 유입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광합성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VPD가 지나치게 낮은 상태가 장시간 유지되면 증산이 지나치게 억제되고 온실 내부가 지속적으로 과습한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팜 환경제어에서는 온도와 상대습도를 각각 보는 것보다 두 값을 결합한 VPD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작물의 실제 환경을 이해하는 데 유리합니다.
딸기 연구에서 확인된 VPD와 광합성의 관계
VPD와 식물 생육의 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6년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연구진은 딸기를 대상으로 VPD와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른 광합성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서는 VPD를 0.8, 1.0, 2.0, 3.0 kPa로 설정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 및 800 μmol·mol⁻¹ 조건으로 나누어 잎의 가스교환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 두 이산화탄소 조건 모두에서 VPD 1.0 kPa 조건에서 기공전도도와 순광합성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딸기 온실에 그대로 적용해 “딸기 VPD는 항상 1.0 kPa가 정답”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정 VPD는 품종, 생육단계, 일사량, 엽온, 이산화탄소 농도, 근권 수분상태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스마트팜에서 VPD가 단순히 습도를 계산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광합성 반응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VPD의 절대값보다 변화 속도도 중요하다
스마트팜 환경관리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VPD의 절대값뿐 아니라 변화 속도입니다.
2025년 발표된 딸기 연구에서는 VPD 조건과 딸기의 수분 스트레스 상태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서는 VPD가 일정 수준 이상인 환경에서 VPD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과경의 직경 변화와 같은 식물체의 수분 상태에서 스트레스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음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현재 VPD가 몇 kPa인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VPD가 0.6 kPa이고 오전 10시 VPD가 1.4 kPa라면 최종값뿐 아니라 두 시간 동안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맑은 날 아침에는 일출 이후 일사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온실 온도가 상승하고 상대습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VPD 역시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팜에서는 특정 목표 VPD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VPD의 변화 속도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팜에서는 하루 평균보다 시간대별 데이터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의 장점 중 하나는 환경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과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 VPD가 적정 수준이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평균값만 보면 온실 환경에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일사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VPD가 순간적으로 매우 높아졌다면 작물은 해당 시간 동안 수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 평균값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가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팜 환경데이터는 시간대별 변화곡선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시간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일출 직후에는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변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는 일사량 증가와 함께 증산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한낮에는 높은 일사량과 온도로 인해 VPD가 크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일몰 이후에는 온도가 하강하면서 상대습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야간에는 높은 습도와 낮은 VPD 상태가 장시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팜 데이터는 하루 평균 하나의 숫자보다 시간대별 변화곡선으로 보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VPD를 스마트팜 환경제어에 적용하는 방법
VPD를 활용한다고 해서 기존의 온도와 습도 제어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VPD는 기존 환경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첫 번째는 온도와 상대습도 데이터를 이용해 VPD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은 온도와 상대습도 센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고가 센서 없이도 VPD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대별 VPD 변화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일출 직후, 오전 광량 증가 구간, 한낮, 일몰 전후, 야간을 구분하면 환경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기 쉬워집니다.
세 번째는 일사량과 VPD를 함께 분석하는 것입니다.
같은 VPD라도 낮은 일사 조건과 강한 일사 조건에서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네 번째는 관수 데이터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일사량과 VPD가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작물의 증산 요구량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관수량과 관수 간격, 공급 EC, 배액량과 함께 분석하면 보다 정밀한 수분 관리가 가능합니다.
다섯 번째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함께 분석하는 것입니다.
기공 반응과 광합성은 VPD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복합환경제어에서는 하나의 변수만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여러 환경요소를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센서 한 개의 데이터가 온실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까
정밀한 스마트팜 환경제어에서 VPD 계산 방법만큼 중요한 것이 센서 위치입니다.
온실 내부는 모든 장소가 동일한 환경이 아닙니다.
천창과 측창의 위치, 난방 배관, 유동팬, 작물의 높이와 밀도, 외부 풍향, 일사량 등에 따라 동일한 온실 안에서도 온도와 습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4년 국내 연구에서는 스마트온실 내부 온도센서의 위치와 대표성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실험 대상 온실에서는 환경 조건에 따라 대표값을 얻기 위한 센서 수가 달라졌으며, 온실 내부의 온도 편차에 따라 최적 센서 위치도 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모든 온실에 반드시 특정 개수의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복합환경제어기에 표시되는 센서 하나의 값을 온실 전체의 환경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큰 온실이라면 작물 군락 내부, 통로, 온실 중앙, 측면 등 여러 지점의 환경을 비교해 센서가 실제 온실을 대표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센서 위치가 잘못되면 아무리 정밀한 자동제어 시스템을 사용해도 잘못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온실을 제어하게 됩니다.
VPD와 결로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스마트팜에서 VPD를 관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온실 내부의 상대습도가 높아지면 작물의 잎이나 과실, 구조물 표면에 결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외부 기온이 떨어지고 피복재 온도가 낮아지면서 온실 내부 수증기가 응축될 수 있습니다.
작물체 표면에 물방울이 장시간 유지되는 환경은 일부 곰팡이성 병해 발생 조건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간 환경을 관리할 때 단순히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온도를 낮추는 것만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온도 하강에 따라 상대습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 VPD가 얼마나 낮아지는지, 결로 가능성이 커지는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온실에서는 난방과 환기를 적절히 조합하거나 공기 순환을 이용해 작물 군락 주변의 습도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순히 습도 몇 퍼센트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온도와 습도 관계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VPD 하나만으로 스마트팜을 제어해서도 안 된다
VPD의 활용 가치가 높다고 해서 VPD 하나만으로 온실을 제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팜 환경은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VPD 조건이라도 일사량이 100 W/㎡인 날과 700 W/㎡인 날에는 식물의 광합성과 증산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근권의 수분상태가 충분한 경우와 부족한 경우도 식물 반응이 다릅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경우와 높은 경우에도 광합성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팜에서는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온도, 상대습도, VPD,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배지 수분상태, 공급 EC, 배액 EC, 공급량, 배액량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VPD는 스마트팜 환경제어의 유용한 지표 중 하나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 지표는 아닙니다.
스마트팜 환경제어의 핵심은 작물 반응이다
스마트팜은 센서와 컴퓨터를 설치했다고 완성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와 작물 생육의 관계를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다시 환기, 난방, 가습, 이산화탄소 공급, 관수 제어에 반영해야 스마트팜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VPD는 이러한 과정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지표입니다.
온도와 상대습도만 확인하던 관리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VPD와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관수량을 함께 분석하면 작물이 실제로 어떤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표 VPD 하나만 설정해 기계적으로 유지하는 방식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작물 종류와 품종, 생육단계, 광환경, 근권상태, 시간대에 따라 적절한 환경조건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데이터 기반 스마트팜의 목표는 특정 숫자를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물의 생리적 반응을 기준으로 환경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온도와 습도를 기록하는 단계가 스마트팜의 시작이라면, VPD와 작물 반응을 연결해 해석하는 단계부터 본격적인 데이터 기반 환경제어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연구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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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naka, R., Yano, T., Hikawa-Endo, M., Yoshikoshi, H., Kawashima, H., Tojo, M., & Wada, T. (2025). Relationship between Vapor Pressure Deficit Condition and Water-stress Status in Strawberry. The Horticulture Journal, 94(1), 73-80. DOI: 10.2503/hortj.SZD-015
Park, P., & Choi, H. G. (2025). Vapor Pressure Deficit (VPD) as a Determinant of Yield in Hydroponically Cultivated Perilla in Smart Farms: A Three-Year Analysis. 융복합지식학회논문지, 13(4), 79-88. DOI: 10.22716/sckt.2025.13.4.007
양오석·임동혁·김태현·김만중·이정호·박성진·이홍로·백정현. (2024). 온실 내부 온도 센서의 최적 위치 실시간 판별. 한국통신학회논문지, 49(2), 285-293. DOI: 10.7840/kics.2024.49.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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