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팜에서 가장 자주 확인하는 데이터는 온도와 습도다. 대부분의 복합환경제어 화면에서도 온도와 상대습도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표시된다. 그러나 실제 재배에서는 “습도 80%가 적당하다”, “90%가 넘으면 높다”처럼 상대습도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같은 상대습도 90%라도 온도가 10℃인 온실과 25℃인 온실은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다르며 작물이 경험하는 증산환경도 달라진다. 그래서 최근 데이터 기반 스마트팜에서는 온도와 상대습도를 함께 계산한 VPD, 즉 포화수증기압차를 같이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VPD는 현재 공기와 포화상태 사이의 수증기압 차이를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공기가 식물의 잎에서 수분을 끌어낼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VPD가 너무 낮으면 공기가 이미 수분으로 가득 차 있어 증산이 감소하고 결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높으면 증산 요구량이 커지면서 작물이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수분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의 온도·습도 관리는 단순히 온도 몇 도, 습도 몇 퍼센트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물이 실제로 경험하는 수증기 환경을 관리하는 과정이다.
상대습도 90%라도 온도에 따라 환경은 달라진다
상대습도는 현재 공기 중 수증기량이 해당 온도에서 공기가 최대로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의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낸다.
공기의 수증기 보유능력은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상대습도가 같다고 해서 작물이 경험하는 환경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온도와 상대습도를 이용해 계산한 VPD 예시는 다음과 같다.
온도상대습도공기 기준 VPD
| 10℃ | 100% | 약 0.00 kPa |
| 10℃ | 95% | 약 0.06 kPa |
| 10℃ | 90% | 약 0.12 kPa |
| 10℃ | 80% | 약 0.25 kPa |
| 15℃ | 90% | 약 0.17 kPa |
| 20℃ | 90% | 약 0.23 kPa |
| 25℃ | 90% | 약 0.32 kPa |
| 25℃ | 70% | 약 0.95 kPa |
위 값은 공기온도와 상대습도를 이용해 계산한 예시값이다. 실제 잎 온도를 이용해 계산하는 Leaf VPD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표를 보면 상대습도가 동일하게 90%라도 10℃에서는 약 0.12kPa, 25℃에서는 약 0.32kPa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스마트팜 화면에서 상대습도만 보는 것보다 온도와 함께 VPD를 확인하는 것이 재배환경을 판단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
VPD가 너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VPD가 매우 낮다는 것은 공기가 수증기로 포화상태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겨울철 야간 온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
일몰 이후 외기온도가 떨어지면서 환기창을 닫고 보온커튼까지 닫으면 온실 내부의 수분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동시에 작물과 배지에서는 계속 수분이 발생한다.
그 결과 상대습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공기온도가 조금만 더 떨어지거나 잎과 구조물 표면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면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면서 결로가 발생한다.
문제는 단순히 공기 중 상대습도가 높은 것이 아니다.
잎, 꽃, 과실 표면에 수분이 장시간 남아 있으면 여러 병원균의 감염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에서는 최고 상대습도만 확인하는 것보다 높은 습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됐는지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
실제 딸기 스마트팜의 야간 데이터를 보면
실제 딸기 스마트팜 운영에서도 야간 습도는 매우 중요한 관리대상이다.
현재 운영 중인 농장의 일부 환경조건은 다음과 같다.
항목실제 운영·관측 조건
| 재배작물 | 딸기 |
| 야간 목표온도 | 약 10℃ |
| 야간 상대습도 | 일부 시간대 100% 근접 |
| 공기순환 | 유동팬 상시 운전 |
| 주 환경제어 | Priva |
| 보조 환경제어 | Magma |
| 주요 확인항목 | 온도, 습도, CO₂, 측창, 환기, 관수 |
위 수치는 실제 농장 운영 과정에서 사용하는 조건으로 모든 딸기농장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표준값은 아니다.
야간온도가 10℃이고 상대습도가 95%라면 공기 기준 VPD는 약 0.06kPa 수준이다.
상대습도가 100%에 가까워지면 VPD 역시 거의 0에 접근한다.
이 정도의 환경에서는 단순히 “습도가 높다”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음 데이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야간 RH 95% 이상 지속시간
온도와 이슬점의 차이
작물 군락 내부와 상부의 온습도 차이
유동팬 운전 전후의 공간별 편차
일출 전후 상대습도 감소속도
보온커튼 개방 전후 온습도 변화
이렇게 확인해야 언제 결로 위험이 가장 커지는지 알 수 있다.
유동팬을 계속 돌리면 습도가 내려갈까
스마트팜에서 높은 습도를 관리하기 위해 유동팬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동팬은 기본적으로 공기를 이동시키는 장치이지 수분을 제거하는 장치는 아니다.
온실을 완전히 밀폐한 상태에서 유동팬만 가동한다고 해서 온실 내부 수분의 총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유동팬의 주요 역할은 공간별 온도와 습도 차이를 줄이고 작물 주변에 정체된 공기를 움직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실 상부에 따뜻한 공기가 모이고 작물 군락 내부에는 차갑고 습한 공기가 정체돼 있다면 유동팬으로 공기를 섞어 편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온실 내부에 이미 많은 수분이 축적된 상태라면 결국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다른 방식으로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
공기의 온도를 높이는 것
온실의 수분 자체를 제거하는 것
난방을 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상대습도는 내려간다.
그러나 공기 중 수분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반면 일부 환기를 통해 습한 내부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외기를 들여온 후 다시 난방하면 온실 내부의 실제 수분량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겨울철 시설원예에서는 환기와 난방을 조합한 제습전략이 사용된다.
논문에서 측정한 딸기 온실 환경은 어느 정도였을까
국내 딸기 온실에서 장기간 환경데이터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평균 공기온도 약 15.1℃, 평균 상대습도 약 77.8%, 평균 VPD 약 0.77kPa가 관찰됐다.
이 연구에서는 VPD를 단순 환경 표시값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딸기의 증발산량과 물 요구량을 추정하는 데 활용했다.
즉 VPD는 습도관리뿐 아니라 관수관리와도 연결된다.
작물의 증산량이 많아지는 환경에서는 물 요구량 역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이 발전하면서 일사량, VPD, 배지수분, 관수량을 함께 연결해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도와 습도는 하루 평균보다 시간대가 더 중요하다
스마트팜 데이터를 분석할 때 하루 평균값만 보면 중요한 문제가 숨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 상대습도가 80%라고 가정해보자.
낮에는 상대습도가 60%였지만 밤에는 98% 이상의 환경이 여러 시간 지속됐다면 작물이 경험한 환경을 단순히 평균 80%라고 표현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시설원예에서는 시간대를 구분해서 데이터를 보는 것이 좋다.
일몰 직후
야간
일출 1~2시간 전
일출 직후
낮 최대 일사시간
특히 일출 전후는 중요한 구간이다.
밤새 온실 내부에 축적된 수분이 많고 구조물과 작물체의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온실환경이 빠르게 변한다.
이 시간대의 환기와 난방, 커튼 개폐 전략이 결로와 습도관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생산 농가는 하루 평균보다 시간대별 온도를 다르게 관리한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스마트팜 우수 딸기농가의 환경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시간대별 환경관리 차이가 확인됐다.
생산량이 높은 농가는 저온기인 12월부터 2월 사이 일몰 이후 약 18시 무렵 온도를 약 13℃ 수준으로 관리했고, 중·하위 생산농가보다 약 1.0~2.2℃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특성이 나타났다.
또한 1월 생산량 증가량은 상위농가가 약 1.3kg/㎡, 중위농가 약 0.8kg/㎡, 하위농가 약 0.5kg/㎡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단순히 “딸기는 저녁에 13℃로 관리하면 생산량이 증가한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생산량은 품종, 일사, 관수, 착과부하, CO₂, 생육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스마트팜 환경관리를 하루 평균온도로만 하는 것보다 생육단계와 시간대를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팜에서는 습도 목표보다 위험시간을 찾아야 한다
농가에서는 흔히 “딸기 적정습도가 몇 퍼센트냐”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스마트팜에서는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꾸는 것이 좋다.
RH 95% 이상이 몇 시간 지속되는가?
그때 온도는 몇 도인가?
VPD 0.1kPa 이하가 얼마나 지속되는가?
작물에 실제 결로가 생기는가?
일출 후 습도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가는가?
환기를 하면 온도가 얼마나 떨어지는가?
난방 후 상대습도는 얼마나 감소하는가?
유동팬 주변과 작물 군락 내부 차이는 얼마인가?
이 데이터를 며칠 또는 몇 주 기록하면 농장마다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후에 환기 시작시점, 난방 설정, 커튼 작동시간 등을 조절하는 것이 데이터 기반 환경제어다.
VPD도 하나의 절대 기준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상대습도보다 VPD가 유용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VPD 하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물의 실제 증산은 일사량, 잎 온도, 풍속, 배지수분, 뿌리 활력, 생육단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공기온도를 이용해 계산한 VPD와 잎 온도를 이용해 계산한 Leaf VPD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잎 온도가 공기온도보다 높아질 수 있으며, 반대로 야간에는 복사냉각 때문에 잎이 공기보다 더 차가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밀한 스마트팜 환경관리에서는 다음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서 보는 것이 좋다.
온도
상대습도
VPD
이슬점
일사량
엽온
관수량
배액률
공급·배액 EC
작물 생육상태
스마트팜의 장점은 이런 데이터들을 시간별로 기록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스마트팜 온·습도 관리의 판단 순서
실제 환경제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데이터를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재 온도 확인
→ 상대습도 확인
→ VPD와 이슬점 확인
→ 높은 습도 지속시간 확인
→ 온실 내부 위치별 차이 확인
→ 외기 온습도 확인
→ 환기·난방·유동팬 작동상태 확인
→ 제어 전후 데이터 비교
이런 순서로 접근하면 “습도가 높으니 무조건 환기한다”는 단순한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겨울철 외기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환기를 지나치게 하면 작물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보온만을 위해 온실을 계속 밀폐하면 내부 수분이 축적될 수 있다.
결국 겨울철 스마트팜 환경제어는 보온과 제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균형점을 농가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도, 상대습도, VPD, 이슬점, 환기시간, 난방시간 등의 데이터로 찾는 것이 스마트팜 환경제어의 핵심이다.
스마트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습도가 몇 퍼센트인가?”에서 끝나지 않고 “왜 이 시간에 습도가 올라갔으며 작물은 어떤 환경을 경험했는가?”까지 질문해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참고문헌 및 연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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