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 재배에서 꽃이 많이 피었다고 반드시 상품과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개화한 꽃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정상적으로 전달되고 수정이 이루어진 뒤 각각의 수과가 정상적으로 발달해야 모양이 균일한 과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딸기는 자가수정이 가능한 작물이지만 시설재배에서는 꿀벌이나 호박벌과 같은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철 시설에서는 외부 곤충의 유입이 제한되고 저온과 약광 등으로 수정환경이 불리해질 수 있어 수정벌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또한 수정은 벌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꽃의 상태와 화분 활력, 온도와 습도, 일사량, 수정벌의 활동성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형과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화기 온실환경과 수정벌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딸기 꽃 구조와 수정·과실비대의 원리
딸기 꽃의 중심에는 많은 암술이 모여 있고 그 주변에 수술이 위치한다. 수술에서 만들어진 화분이 암술머리에 도달한 뒤 발아하고 화분관이 자라 수정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딸기의 씨라고 부르는 과실 표면의 작은 알갱이는 식물학적으로 수과에 해당한다. 우리가 먹는 붉은 과육 부분은 꽃턱이 발달한 것이다. 수정된 수과는 호르몬을 생성하면서 주변 꽃턱 조직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꽃 전체에서 수과가 고르게 수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부분의 암술이 제대로 수정되지 않으면 해당 부위의 꽃턱 비대가 충분하지 않아 과실 모양이 불균일해질 수 있다.
2026년 발표된 딸기 꽃의 해부·생리 연구에서도 화분의 양과 활력이 수정된 수과 비율 및 과중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화 후 화분 활력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도 정상적인 과실 발달과 관련됐다.
즉 딸기의 좋은 과형은 과실이 커지는 시기에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화와 수정 단계부터 결정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딸기 화분과 수정벌이 과실 품질에 미치는 영향
딸기는 자가수정과 바람에 의한 화분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꽃에 존재하는 많은 암술이 항상 균일하게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
꿀벌이나 호박벌 등이 꽃을 방문하면 몸에 묻은 화분이 여러 암술머리로 이동하면서 수정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곤충에 의한 화분매개가 딸기의 과실형태와 상품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4년 전 세계 딸기 화분매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자가수정이나 바람에 주로 의존한 딸기는 생물적 화분매개가 이루어진 딸기보다 과중이 평균 약 25% 낮았다. 또한 수정된 수과 수도 평균적으로 약 43% 적었다.
수정된 수과가 감소하면 과실의 일부가 충분히 비대하지 못해 기형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자가수정 처리에서 수정된 수과가 감소하고 과실이 작고 가벼워졌으며 변형과의 비율도 높아졌다. 반면 곤충에 의한 화분매개는 과실의 상품성과 저장성과 관련된 품질 향상에도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수정벌의 역할은 단순히 착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과실 전체가 균일하게 발달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딸기 꿀벌과 호박벌의 수정 효과
시설딸기에서는 대표적으로 꿀벌과 호박벌을 수정벌로 이용한다. 두 종류 모두 딸기 수정에 활용할 수 있지만 활동 특성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농장의 환경과 계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박벌은 비교적 낮은 온도와 흐린 환경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겨울철 시설재배에서 활용된다. 꿀벌은 딸기 시설재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정곤충 가운데 하나이며 정상적인 봉군 활력이 유지될 경우 많은 꽃을 방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호박벌이나 꿀벌 가운데 어느 한 종류가 모든 환경에서 항상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19년 상업용 호박벌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조기 개화 품종에서 고품질 과실 비율이 약 25% 증가했지만 다른 두 재배조건에서는 과실 품질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품종과 계절, 기존 화분매개곤충의 존재 등에 따라 추가적인 수정벌 투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정벌을 선택할 때는 벌통 가격만 비교하기보다 재배시기의 온도와 일사량, 꽃의 수, 봉군의 활력과 실제 방화활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
딸기 개화기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 이유
수정벌이 충분하더라도 꽃 자체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정이 어려울 수 있다. 화분의 형성과 발아, 화분관 신장은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25년 국내 시설딸기 꿀벌 연구에서는 두 온실의 미기상을 지속적으로 측정했으며 연구기간 중 수정에 관련된 환경은 평균적으로 약 21℃ 수준의 온도와 약 70% 수준의 상대습도를 나타냈다. 연구에서는 딸기 화분 발아에 적합한 조건으로 20~27℃와 상대습도 60~80% 범위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범위를 모든 농장에서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절대적인 설정값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화분 발아와 수정에는 품종과 꽃의 발달상태, 광환경 및 다른 재배조건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낮은 온도뿐 아니라 약한 일사도 수정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습도가 지나치게 높고 결로가 지속되는 환경 역시 꽃과 화분의 상태 및 병 발생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개화기에는 주야간 온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꽃이 실제로 수정되는 주간의 온도와 습도, 일사량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완전 수정과 딸기 기형과의 관계
딸기의 기형과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불완전한 수정은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꽃의 일부 암술이 정상적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해당 위치의 수과 발달이 부족해지고 주변 꽃턱 조직의 비대도 불균일해질 수 있다. 그 결과 과실 한쪽이 움푹 들어가거나 좌우가 비대칭인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곤충의 영향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확인됐다. 한 연구에서는 자연적인 화분매개가 이루어진 처리에서 기형과 비율이 11.20%였던 반면 화분매개를 제한한 처리에서는 17.44%로 높았다.
2026년 딸기 꽃의 해부·생리 연구에서도 수정벌 없이 발달한 과실은 조사한 모든 품종에서 기형 증상을 나타냈으며, 수정된 수과 비율과 화분의 활력이 과실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그러나 농장에서 기형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수정벌 부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개화기의 저온이나 고온, 꽃의 생리상태, 화분 활력과 기타 환경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형과가 증가한다면 수정벌 숫자만 늘리기 전에 꽃의 상태와 벌의 방화활동, 개화기 온·습도와 일사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딸기 수정벌의 활동을 유지하는 환경관리
수정벌을 투입한 뒤에는 벌통이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벌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 딸기 온실은 저온과 약광으로 벌의 활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 2025년 국내 온실 연구에서도 12월과 1월의 평균 온실온도가 3월보다 3℃ 이상 낮았으며 이 시기의 수정환경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벌통 위치와 온실 내부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벌이 온실 전체를 이동하면서 꽃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하고 농약을 살포할 경우에는 해당 약제가 수정벌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벌이 많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정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중요한 것은 꽃에 대한 방문과 그 결과 나타나는 정상적인 수과 발달이다.
따라서 개화 중인 꽃과 수정이 끝난 어린 과실을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특정 구역에서 기형과가 집중되는지도 확인하면 수정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딸기 개화와 수정을 안정시키는 스마트팜 관리
딸기 수정관리는 수정벌 한 가지 요소만 관리하는 작업이 아니다. 꽃의 품질을 유지하는 환경관리와 화분의 활력, 수정벌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스마트팜에서는 개화기 온도와 습도, VPD와 일사량을 기록하고 수정벌의 활동과 기형과 발생을 함께 기록하면 환경과 수정결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화방에서 기형과가 증가했다면 해당 꽃이 개화했던 시기의 온도와 습도, 일사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수정벌의 활동이 낮았는지, 환경이 평소와 달랐는지를 비교하면 다음 화방의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딸기는 수정 이후 수과에서 발생하는 신호가 꽃턱의 균일한 비대와 연결되기 때문에 개화기의 며칠은 이후 상품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딸기 개화·수정관리의 핵심은 벌통을 몇 통 넣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건강한 꽃과 활력 있는 화분, 정상적인 수정벌 활동, 적절한 온도와 습도 및 광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면 기형과가 발생한 뒤 원인을 추측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화기부터 정상적인 수정과 과실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관리가 가능해진다.
참고문헌 및 연구자료 - ① Klatt, B.K. et al. (2014). “Bee pollination improves crop quality, shelf life and commercial valu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1, 20132440. DOI: 10.1098/rspb.2013.2440. ② Leech, L., Simpson, D.W., & Whitehouse, A.B. (2002). “Effect of Temperature and Relative Humidity on Pollen Germination in Four Strawberry Cultivars.” Acta Horticulturae, 567. DOI: 10.17660/ActaHortic.2002.567.53. ③ Martin, C.D., Fountain, M.T., & Brown, M.J.F. (2019). “Varietal and seasonal differences in the effects of commercial bumblebees on fruit quality in strawberry crops.” 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 281, 124-133. DOI: 10.1016/j.agee.2019.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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